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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하기 쉬운 상품의 유통기한은 단순한 날짜 표기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 글에서는 유통기한 설정 과정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와 최근 도입된 소비기한 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통기한 설정의 과학적 근거

유통기한 설정은 철저한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정에 따르면, 제품을 시판하기 전에 제조·가공업자는 제품의 원료, 제조방법, 유통방법 등을 모두 고려한 실험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의 보존 가능 기간을 설정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유통기한이 실험을 통해 얻은 보존 가능 기간보다 더 짧다는 것입니다.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상의 보존 기간에 안전 계수인 0.8을 곱해서 유통기한을 설정하므로, 유통기한은 실제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보다 약 30% 정도 더 짧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우유와 같은 부패하기 쉬운 식품의 경우에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우유는 멸균식품이기 때문에, 밀봉을 제거하지 않고 저온 냉장할 경우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후에도 섭취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개봉 우유는 유통기한이 끝난 이후라도 50일 이내까지는 마셔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부패 과정의 과학적 이해

식품의 부패는 복잡한 화학적, 생물학적 과정을 거칩니다. 부패하기 쉬운 상품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식품의 부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는 온도, 습도, 산소, 빛, 미생물 등이 있습니다.

 

온도는 식품 부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화학 반응과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져 부패가 빨리 진행됩니다. 이는 우리가 냉장고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유의 경우 상온에 개봉 상태로 수 시간만 방치해도 못 먹게 될 수 있습니다

 

습도 역시 중요한 요인입니다. 높은 습도는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며, 특히 곰팡이의 번식에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빵이나 곡물 제품이 습기에 노출되면 쉽게 곰팡이가 피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산소 역시 많은 식품의 부패를 촉진합니다. 산소는 산화 반응을 일으켜 식품의 변질을 가속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식품 포장에 진공 포장이나 질소 충전 기술이 사용됩니다.

 

빛, 특히 자외선은 일부 식품의 영양소를 파괴하고 산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식품이 불투명한 포장재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생물은 식품 부패의 주요 원인입니다.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등의 미생물은 식품을 분해하면서 번식하여 식품의 맛, 향, 질감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유해 물질을 생성합니다.

소비기한 제도의 도입과 의미

2023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39년 만의 큰 변화로, 식품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조치입니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한 기한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유통기한이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을 나타냈다면, 소비기한은 실제로 그 식품을 먹어도 되는 기한을 나타냅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식품에서 섭취 가능 기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빵류의 경우 기존 유통기한 3~15일에서 소비기한 3~27일로, 만두는 7일에서 9~11일로 표시 기간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실제 식품의 안전성을 더 정확히 반영한 결과입니다.

 

소비기한 도입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식품 폐기물 감소입니다. 식품안전정보원(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식품 폐기량은 548만 톤, 처리 비용만 1조 96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소비기한 도입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전한 식품 소비를 위한 주의사항

소비기한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표시된 날짜까지 식품을 섭취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소비자의 주의와 판단이 필요합니다.

 

첫째, 소비기한과 함께 식품의 맛, 냄새, 색 등 여러 가지 이상 징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기한 이내라도 색깔이 변했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 또는 곰팡이가 핀 경우에는 절대 섭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식품에 맞는 적절한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냉장 보관이 필요한 식품의 경우, 구입 후 가능한 빨리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고 온도는 0~5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개봉된 제품은 소비기한 이내라도 빠르게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개봉 후에는 가능한 빨리 소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넷째,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이 당분간 함께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유통기한으로 표시된 제품은 해당 날짜가 지나도 며칠간은 섭취 가능할 수 있지만, 소비기한으로 표시된 제품은 해당 날짜가 지나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위가 강산성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위산의 높은 산도 때문에 웬만한 균은 사멸되므로, 약간의 시간이 지난 식품을 섭취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이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식품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패하기 쉬운 상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뒤에는 이처럼 복잡한 과학적 원리와 사회경제적 고려사항들이 숨어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인 식품 소비가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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